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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차세대 자율주행 통신 표준 선택... 갈라파고스 규제로 남지 않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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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 (C-ITS)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C-ITSCooperative Intelligent Transport System의 약자로, 자동차가 인프라, 다른 차량 또는 보행자와 정보를 주고 받으며 상호 협력하는 시스템이다. 이는 현재 도로 전광판을 통해 교통정보를 받거나 자동으로 고속도로 요금을 내는 지능형 교통정보시스템 (ITS)에서 한층 진화한 차세대 시스템으로 교통안전을 대폭 향상시키고, 교통흐름을 개선할 수 있다. 또한 C-ITS는 카메라, 초음파 등 센서에 기반한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의 인지 범위를 비가시구역까지 확장하여 레벨4 이상의 고도 자율주행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정부는 올해 7월 한국판 뉴딜 계획을 통해 2022년까지 고속국도의 절반인 2085 km, 2025년까지 전체구간인 4075 kmC-ITS 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고 국토부는 이를 위해 2021년에 C-ITS 등 첨단도로교통체계 구축에 5785억원의 국비 예산을 편성해 놓았다. 다만, C-ITS에 쓰일 차량사물통신 (V2X, Vehicle to Everything)에 어떤 통신기술방식을 선택하느냐는 것이 이슈가 되고 있다. 차세대 자율주행 통신 표준을 놓고 세계가 기로에 선 것이다.

과거 10여년 동안은 와이파이에 기반한 IEEE 802.11p 기술에 DSRC(Dedicated Short Range Communication) 상위 프로토콜을 탑재한 WAVE(Wireless Access in Vehicular Environments) 기술이 미국에서, 또한 유사하지만 상위 프로토콜이 다른 또 하나의 기술은 ITS-G5 라는 이름으로 유럽에서 실증중이었다. 이는 경쟁기술의 부재로 인해 사실상 단독으로 실증중이었으나 그 전파 속도는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이러한 중에 2017년 세계이동통신표준화기술협력기구(3GPP) 에서 C-V2X (Cellular-Vehicle to Everything) 표준을 완성하고 이후 이를 지원하는 제품이 속속 출시되면서 큰 변화가 생겼다. 통신반경, 전송속도, 신뢰성 등 주요지표에서 DSRC 대비 C-V2X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여러 국가 및 자동차 산업생태계 전반의 지지가 뒤따른 것이다. 또한 C-V2X의 기술적 우수성으로 인해 교통사고 감소로 인한 사회, 경제적 편익 및 도로 인프라 구축비용면에서도 강점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반해 WAVE는 그동안 시범 및 실증 사업을 통해 상대적으로 표준화와 실제 도로 검증부분에서 유리하다는 점이 있으나, 해외 주요국의 동향이나 기술진화 로드맵을 생각하면 그런 장점이 크지 않아 보인다.

C-V2X의 우수성을 간파한 중국은 2018년 일찌감치 C-V2X를 자국의 V2X 통신 표준으로 결정하였고, 미국도 2019C-V2X 위주로 주파수를 할당하고 DSRC는 배제하는 규칙제정공고를 발표하고 올해 1118일에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EUDSRC에 기반한 ITS-G5를 유럽 단일 표준으로 하려던 시도가 미래 더 우수한 기술의 진입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 회원국들이 반대에 부딪혀 결국 무산되고 현재 기술중립 기반의 새로운 규칙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즉, 과거 DSRC 만을 사용하던 주요 국가들이 C-V2X 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과거부터 최근까지 실시한 대부분의 정부주도 시범/실증사업에서 WAVE만을 통신표준으로 사용하고 있다.

기술의 우수성, 세계적 추세와 더불어 또 한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기술 진화의 로드맵이다. C-V2X는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이동통신산업의 기술진보와 그 궤를 같이 한다. 미국, 중국 등 C-V2X가 확산되고 있는 나라에서 현재 상용화를 마친 LTE-V2X를 활용중이며 최근 표준이 완성된 5G NR V2X 시대를 예비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전장회사들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이미 LTE-V2X 상용화 준비를 마친 상태이다.

우리는 과거 LTE가 글로벌 이동통신표준으로 부상하던 때 홀로 와이브로를 선택한 적이 있다. 하지만 LTE와 주파수와 대역폭 차이로 로밍이 안되는 등의 문제로 와이브로는 쓸쓸히 시장에서 퇴출되는 운명을 맞았다. 글로벌 흐름을 따르는 것은 매출의 상당부분을 해외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자동차 산업에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트래티지어낼리틱스(SA) 보고서(ADAS Semiconductor Demand Forecast 20182027)에 따르면 오는 2026년 기준으로 차량의 V2X 장착대수는 글로벌 약 2800만대 (장착률 약27%), 국내 약 58만대(장착률 약31%) 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도로에 세우게 될 통신인프라와 후방산업을 고려할 경우 그 시장규모는 훨씬 더 클 것이다.

C-V2X 의 장점중의 하나인 차량과 스마트폰사이의 통신을 감안할 때, 스마트폰에서의 차별화 전략을 통한 우위확보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4G / 5G 셀룰러 통신시장에서 우수한 기술과 장비로 독보적인 입지를 이미 확보하였다. 이러한 리더쉽과 축적된 기술 그리고 구축된 산업생태계를 C-V2X 시장에 적용할 경우 막강한 시너지를 내게 될 것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시범/실증사업에서 WAVE를 채택한 것은 이전사업에서 경험과 국내 생태계의 조속한 활용 필요성 등인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국가 인프라 구축이라는 백년지대계의 과업에서는 당장의 가용성 보다는 미래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에 목표를 두어야 할 것이다.

이제 C-V2X의 기술적 우위와 이를 따르는 전세계적 동향은 무시할 수 없는 큰 흐름이다. 오는 18일에 예정되어 있는 대로, 미국이 WAVE를 배제하고 C-V2X 선택을 확정할 경우 세계 주요국가 중 우리나라만이 WAVE를 채택하는 ‘규제의 갈라파고스’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미래 자동차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정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C-V2X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dysylee@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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