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법정책 센터 칼럼 자료  Column Data

[이성엽의 IT프리즘]과거 경매가?…주파수 '재할당 대가' 얼마가 적정할까

admin
조회수 126

(서울=뉴스1)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사이버법센터 부소장 = 토지나 주택을 매매하는 경우 그 가격은 어떻게 결정될까. 매도인이 제시하는 가격에 대해 매수인과의 협상에 의해 최종 가격이 결정된다. 그리고 그 가격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기준이 된다. 국가 소유의 토지는 어떨까. 이는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국가가 감정가를 결정하고 경쟁입찰이나 수의계약을 통해 매수인에게 토지소유권이 이전된다.

주파수(Frequency)는 어떨까. 주파수는 무선으로 정보를 실어 나르는 수단이 되기 때문에 이동통신사업을 위한 필수적인 자원이 된다. 이동통신사업자 간 좋은 대역의 주파수를 많이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뜨겁다. 그런데 주파수도 국유 토지와 같이 국유의 자원으로서 국가가 정하는 가격을 기준으로 가격경쟁(경매) 방식이나 수의계약 방식으로 사업자에게 일정 기간 배타적 이용권이 부여된다. 이런 이용권 부여가 주파수 할당이고 이용 기간이 지난 주파수에 대해 같은 사업자에게 다시 이용권을 부여하는 것이 주파수 재할당이다.

이와 관련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1년 6월 이용 기간이 종료되는 2G·3G·LTE 주파수 310㎒ 폭을 SK텔레콤, KTLG유플러스에 재할당하기로 했다. 사업자는 정부에 동 대역의 재할당 대가를 최대한 줄여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정부는 국가 희소자원인 주파수에 적정대가를 부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재할당 대가가 어떤 기준으로 산정돼야 하는지가 논란이다.

전파법에 따르면 재할당 대가도 최초 할당대가 산정방식과 다르지 않게 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주파수 할당대가는 예상 매출액을 기준으로 한 납부금과 실제 매출액을 기준으로 한 납부금을 합쳐 산정한다. 다만, 해당 주파수가 가격경쟁방식 즉, 경매로 할당된 적이 있는 경우에는 과거 경매 낙찰가를 반영할 수 있게 돼 있다. 여기에 사업자들의 우려가 있다. 만약 과거 경매가를 반영하면 재할당 대가가 거의 3조 원에 이르게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결국 쟁점은 정부가 재할당을 하는 경우 반드시 과거 경매가를 고려해야 하는 것인 지 아니면 이를 고려하지 않고 재할당 이후 예상 매출과 실제 매출을 기준으로 산정할 것인 지이다. 법리적으로 보면 이는 주파수 재할당의 법적 성격은 무엇인지를 중심으로 한 현행법에 대한 해석론과 관련이 있다. 법치행정의 원리를 준수하여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이런 법해석론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잘못된 법해석에 따른 행정도 위법한 행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주파수 할당과 재할당은 주파수 분배에 의하여 정해진 특정한 주파수에 대하여 특정인에게 이용권을 설정하는 행위로서 공공재인 주파수를 대상으로 사인에게 새로운 권리를 설정하고, 본래 개인의 자유영역에 속하지 않는 공공재에 대하여 이용권을 독점적으로 설정해 주는 권리설정행위라는 점에서 강학상 특허에 해당한다. 주파수 재할당이 재량행위인지 기속행위인지도 쟁점이다. 재량행위는 관계 법률상 행정청에 당해 행정행위를 할 것인가의 여부(결정재량) 내지는 법적으로 허용되는 다수의 행위 중에서 어떠한 행위를 할 것인가(선택재량)에 대하여 선택의 자유가 부여되는 행정행위를 말한다. 이에 반해 기속행위는 법규의 엄격한 구속을 받는 행정행위이다. 이는 법규가 요건과 그에 대한 효과를 일의적, 확정적으로 규정하여 행정청이 단순히 기계적으로 법규를 집행하는데 그치는 행위이다. 오늘날의 통설적 견해는 재량행위와 기속행위의 구별에 있어 법률규정을 일차적 기준으로 삼고 있다. 단, 법률규정의 문리적 표현뿐 아니라 관련 규정, 입법 취지 및 입법 목적을 아울러 고려한다. 즉, 법률에서 효과규정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재량행위로 본다.

주파수 재할당의 경우 문언상 ‘…할 수 있다’로 규정되어 있을 뿐 아니라 재할당 여부는 국가 자원에 대한 효율적 운영을 위한 정책으로서 국가에 광범위한 선택의 자유가 있다는 점에서 재량행위로 볼 수 있다. 또한 재할당 시 과거 경매가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다만, 할당대상 주파수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용도의 주파수가 가격경쟁 주파수 할당의 방식에 따라 할당된 적이 있는 경우에는 다음 각호의 사항을 고려하여 주파수할당 대가를 산정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문언상으로도 과거 경매가를 고려할 지 여부에 대해 정부의 선택권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정부는 재할당 대가 산정 시 과거 경매가만을 고려할 것인지, 이를 고려하지 않고 예상 매출액과 실제 매출액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경매가를 고려하되 예상 매출액과 실제 매출액을 부가적으로 고려할 것인지 등에 대한 선택권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재량의 일탈이나 남용은 위법하기 때문에 정부는 재량의 한계를 지켜야 한다. 그 한계는 전파법상 “주파수 할당대가는 주파수를 할당받아 경영하는 사업에서 예상되는 매출액, 할당대상 주파수 및 대역폭 등 주파수의 경제적 가치를 고려하여 산정한다.”는 것이다. 즉, 주파수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합리적 해석이 그 한계이다.

정부가 헐값 매각이라는 비난을 면하고 재정수입의 증대를 목적으로 재할당 대가를 많이 받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고 보지는 않다. 만약 그런 측면이 있다면 디지털 뉴딜을 위한 5G 데이터 고속도로의 구축 등에 있어 이동통신사의 역할 등을 고려하여 국가와 민간 투자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아무쪼록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해 합리적인 재할당 대가 정책이 마련되기 바란다.

개인정보처리방침    ㅣ    이용약관

고려대 기술법정책 센터    ㅣ    주소 : 서울특별시 성북구 안암로 145로 고려대 창의관 808A    ㅣ    

이메일 : kuctlp@naver.com    ㅣ    전화번호 : 02-3290-48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