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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엽의 IT프리즘]제5기 방송통신위원회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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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엽의 IT프리즘]5기 방송통신위원회에 바란다

(서울=뉴스1)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 센터장 | 2020-09-02 07:00 송고

  • 지난 8월 국회 추천 상임위원 2인이 임명되면서 이제 제5기 방송통신위원회가 본격 출범했다. 방통위는 2008년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라는 시대적인 변화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하여 당시 민간기구였던 방송위원회와 행정기관이었던 정보통신부가 통합하여 새롭게 탄생했다. 즉, 방송과 통신의 융합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방송과 통신규제기구의 통합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출범의 배경이었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방송, 통신, 전파, 개인정보 전반에 관한 정책과 규제기관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2013년 방송·통신의 융합·진흥 및 전파관리, 정보통신산업에 관한 사무를 미래창조과학부(현 과기정통부)로 이관하면서 중대한 변화를 맞게 된다. 유료방송을 제외한 방송정책, 방송·통신·개인정보 규제중심의 기구로 변했다. 올해 8월에는 개인정보보호 업무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이관하면서, 7월 현재 1처 3국 1관 20과에 288명 정원의 미니 부처가 되었다.

    현행 방통위 설치법에 따르면 방통위의 설치 목적은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 확보, 방송·통신의 국제경쟁력 강화,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적 운영, 국민의 권익보호와 공공복리의 증진이고 주요 운영원칙은 방송통신 이용자 복지 실현과 방송통신 사업자 간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이다. 이제 방통위 역사는 10여 년을 넘고 있는데, 새로 구성된 5기 방통위는 3년간의 임기 중 새로운 정부를 맞이하게 된다. 이는 필연적으로 현재의 방통위의 성과와 문제점에 대한 진단을 기초로 한 방송통신 거버넌스 개편 논의로 이어질 것이다. 2013년 이후 현재까지 방통위의 공과는 무엇이며 5기 방통위는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운영되어야 할까.

    방통위는 최근 국내외 규제 역차별 해소 등 공정경쟁 환경 조성과 이용자 보호 차원에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 3년째 인터넷상생협의회를 운용하면서 주요 해외사업자에 국내대리인 지정 의무 부과, 망이용료 차별 해소를 위한 공정한 망이용 계약 가이드라인 제정, 해외사업자의 불법서비스에 대한 임시중지 명령제도 도입의 성과를 달성했다. 특히, 글로벌 IT 기업인 페이스북을 상대로 인터넷접속 경로 변경에 따른 속도저하라는 피해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이용자 보호에 대한 방통위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은 물론 거대 다국적기업에 대한 국내 규제기관의 권위와 자신감을 보여준 것으로 사례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방통위의 기본적 문제는 방송통신위원회라는 명칭과는 달리 지나치게 방송업무에 치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최근 위원 구성에 있어서도 대부분 언론사 출신이나 정치인 출신으로 채워지면서 통신, 인터넷 분야의 전문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더 문제는 실제 방통위의 업무 비중도 대부분이 방송 분야가 높다는 점이다. 방송 분야 중에서도 지상파 방송, 종편의 재허가가 이슈가 제일 논란거리이다.

    이런 방송편중 현상은 상당 부분 현재 과기정통부와의 업무분장으로 인한 것이어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어쨌든 이제 방송은 방통위, 통신은 과기정통부로 이원화된 것처럼 보인다. 기술적으로 방송, 통신, 인터넷의 융합을 넘어 이제 기업도 디지털 플랫폼 중심으로 방송, 통신, 전자상거래, 금융 등의 융합이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데, 정부 부처는 거꾸로 가고 있으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근본적으로는 조직 개편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나 우선 부처 간 정책협의체나 상위 조정 기능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융합 미디어인 OTT 정책을 두고 과기정통부, 방통위, 문체부 간 중복과 갈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특정 부처 주관이 어렵다면 정부 차원에서 별도의 TF를 만들어서 규제 방향 설정, 국내 OTT 지원책, 콘텐츠 산업 육성 등 정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다음 방통위 사무처의 전문성에 관한 문제이다. 현재 방통위 사무처는 원래 민간인이었던 방송위원회 출신과 정보통신부 등 직업공무원 출신이 혼재해 있다. 정치적 감각을 지닌 방송위원회 출신과 행정적 전문성을 지닌 직업공무원 출신의 조화가 이상적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방통위가 여야 간 대립이 극심한 정치적 이슈를 다루면서 사무처 조직의 전문성이 약화되고 있다.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해 미니 부처에 10여 개의 법정위원회는 물론 다수의 협의회, 연구반이 있다. 위원회 내에 이렇게 위원회가 많은 것도 이례적이지만 전문가 풀이 제한적이라는 것과 전문가 의존 현상이 줄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사후 규제기관으로서 법학, 경제학에 관한 기본 지식을 바탕으로 방송통신, 행정규제, 경쟁에 관한 법과 정책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방송통신 사건 처리과정에서 법률의견서, 경제분석서를 사실상 의무화하고 이를 치밀하게 검토하는 과정에서 전문성은 향상될 수 있다.

    끝으로 방송과 인터넷 공간을 유리한 여론 조성의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정치 영역의 개입으로 인해 과연 방통위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5기 방통위의 경우 전직 국회의원 중심의 위원 구성으로 인해 더욱 그런 우려를 증가시키고 있다. 합리적인 ICT 정책보다 정쟁의 장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 게다가 위원 구성에 있어서 2014년 3기부터 계속 상임위원 4인 중에 방통위 공무원 출신이 없어 부처 간 협력업무 등을 위한 행정 분야의 전문성, 책임성 부족은 물론 공무원들의 사기 진작에도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ICT 생태계는 넷플릭스, 유투브 등 글로벌 IT 기업의 국내 시장 석권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과 네이버, 카카오 등 디지털 플랫폼 중심의 집중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통적인 방송, 통신기업이 국내외의 도전 앞에서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며, 새롭고 다양한 형태의 방송통신 이용자 피해를 어떻게 대처할지도 문제이다. 5기 방통위를 비롯한 ICT 정책 및 규제기관은 위 2가지 이슈에 집중해 해답을 준비하고 이를 실행해야 할 것이다. 위원회 제도의 장점과 존립 근거는 대표성, 독립성, 전문성의 확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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