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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적극행정이 어려운 이유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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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국책사업 허가부터 감염병 예방을 위한 각종 규제처럼 오늘날 행정이 국민의 일상생활에 끼치는 영향은 그 규모나 범위에서 엄청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공직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당위가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감사·징계에 대한 두려움 등 공무원 개인이 져야 할 불이익 때문에 무사안일, 소극적 행정이 팽배하자 정부는 제도적 해결 방안을 마련했다.


먼저 감사원의 적극행정 면책규정과 사전컨설팅이다. 2008년 도입되고 2015년 감사원법에 규정된 면책규정은 감사를 받는 사람이 불합리한 규제의 개선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업무를 적극적으로 처리한 결과에 대해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징계 또는 문책 요구 등 책임을 면제한다.


2019년 1월 도입된 사전컨설팅은 적극행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규정이나 지침의 해석상 어려움 등으로 의사결정에 장애를 겪고 있는 사안에 대해 사전에 감사원에 의견을 구해 감사원의 컨설팅 의견대로 업무를 처리한 경우 면책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보아 징계, 주의 등 신분상 책임을 묻지 않는 제도다.


2019년 5월에는 적극행정을 위한 법적 근거로서 대통령령으로 적극행정 운영규정과 적극행정 운영지침을 도입했다. 규정에 따르면 ‘적극행정’이란 공무원이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는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행위이고 ‘소극행정’은 공무원이 부작위 또는 직무태만 등 소극적 업무 행태로 국민의 권익을 침해하거나 국가 재정상 손실을 발생하게 하는 행위다. 부처별로 적극행정위원회를 구성하고 적극행정 공무원에 대한 포상도 시행하는 등 적극행정이 제도로 정착되고 있다.


다만, 아직은 이상적 법제도에 비해 현실적 성과는 부족해 보인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정치권과의 시각 차이다. 최근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의 대상을 둘러싼 재정당국과 정치권의 시각 차이가 대표적인데, 공직 입장에서는 직무태만 등으로 재정손실을 초래하는 소극행정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다음, 부처 간 이해관계 갈등이 이유가 된다. 최근 온라인 플랫폼 규제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정책을 두고 여러 부처가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데, 이는 지침에 따른 소극행정의 유형 중 하나인 국민 편익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의 조직이나 이익만을 중시해 자의적으로 처리하는 행태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셋째, 여전히 높은 기존 법제도의 장벽이다. 예컨대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심사가 중단돼 기존 서비스 제공이 중지되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가시적 성과도 있다. 예컨대 규제샌드박스는 지침상 신기술 발전 등 환경변화에 맞게 규정을 적극적으로 해석·적용하는 행위로서 적극행정의 성과로 볼 수 있고, 최근 4차 산업혁명위원회 콘퍼런스에서 OTT 관계자에 의해 갈등관리 성공 사례로 소개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은 지침상 이해 충돌이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 이해조정 등을 통해 업무를 처리하는 행위로서 적극행정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적극행정은 헌법상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조문의 취지를 직접적으로 충실히 구현하고 있는 제도다. 정치권과의 시각 차이, 부처의 이해관계, 기존 법제도의 장벽을 극복하면서 적극행정이 더욱 활성화하기를 기대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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