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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불신의 벽에 막힌 공공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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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병장수라는 인간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헬스케어 산업의 발전이 필요한데, 오늘날 질병에 대한 치료 방식은 환자의 증상 기반에서 정보통신기술(ICT)과 의료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헬스케어로 진화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란 개인의 건강 및 생체 정보, 질병과 관련된 가족력 등의 의료 정보를 디지털 기기나 플랫폼을 통해 수집하고 분석해 시공간의 제약 없이 환자 상태를 관찰하고 관리하는 서비스다.


다행히 한국은 디지털 헬스케어에 최적화된 인프라스트럭처를 갖추고 있다. 우선 디지털 기기와 초고속 네트워크의 보급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또한 전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어 검진 데이터 규모가 막대하다. 2019년 5월 기준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보유한 의료 빅데이터는 각각 3조4000억건과 3조건에 이르고 있으며, 의료기관 전자의무기록(EMR·Electronic Medical Record) 보급률은 2016년 기준으로 92%에 달해 세계 1위 수준이다. 이런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데이터 활용을 통한 헬스케어가 규제에 막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는 작년 8월 가명 정보 활용 등을 내용으로 하는 데이터 3법을 개정·시행하고 있고, 보건의료 데이터 가이드라인도 발표하는 등 이제 데이터 활용을 위한 법적 기반은 갖추어졌다.


다만 여전히 헬스케어 발전에 있어 장벽이 되고 있는 것이 공공기관이 보유한 보건의료 데이터의 활용 문제다. 예컨대 건강보험공단이나 보험심사평가원이 보유한 의료 데이터는 보험사들이 유병자·고령자 등 취약계층을 위한 신상품을 개발하거나 요율체계 세분화를 통해 보험료 할인 등 고객에게 경제적 편익을 제공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그러나 2017년 국정감사에서 영리 목적의 보건의료 데이터 판매의 문제점이 지적되자, 공단 등은 보험사 대상 보건의료 빅데이터 제공을 전면 중단했다.


이후 국내 의료 데이터를 활용할 수 없는 국내 보험사는 국민 건강과 괴리가 있는 호주, 뉴질랜드 등 해외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은 영리 목적의 경우에도 공공데이터를 민간에 제공하도록 하고 있으나, 공단 등은 민간보험사에 데이터 제공 시 보험상품 개발 및 민간보험 가입에서의 차별 등에 악용될 가능성과 정보 유출 및 보안의 위험 등을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공 거부 사유는 공공데이터를 제공하면서 조건 부과 등을 통해 사후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사안이다. 마치 자동차가 위험하니 자동차 운행을 금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공단 등 공공기관, 보험사, 정부는 공동의 협의체 등을 통해 데이터의 오·남용 가능성이라는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함으로써 조속히 보건의료 데이터의 제공과 활용이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데이터 제공 여부를 심의하는 공공기관의 내부심의위원회의 경우에도 외부위원을 과반수로 구성하도록 함으로써 투명성을 확보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보건의료를 통한 국민 건강 보호는 인간이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이자 국가공동체의 존립과 발전을 위한 기본 요소다. 프라이버시에 대한 충분한 보호를 전제로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에 대한 획기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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